인터페이스(UI)의 직관성

Posted 2008/01/04 15:39, Category under: 디자인 이것저것
직관 [, intuition] : 판단·추론 등을 개재시키지 않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인식하는 일

아침에 고속도로를 타고 출근하는 길에 문득 '카 오디오의 인터페이스가 과연 직관적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차가 좀 막혔기때문에 가능했던 생각일수도 있지만 예전에도 이런 생각들을 가끔 하곤 했었다. 차로 40분정도 걸리는 출근길동안 생각하면서 내린 결론은 "직관은 경험에 의거하는 습관에 가깝다" 라는 것이다. 이 글을 보는 많은 사람들은 카오디오의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카오디오의 인터페이스는 직관적이지 못하다.

인터페이스의 직관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은 그 직관이 "자신의 경험에 의거한 습관과 부합하는 것" 이라는 것을 놓치는 것에 있다. 기기의 인터페이스는 자신이 사용했을때 습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어야만 직관적이다라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고, 습관적으로 인지하지 못했을때는 직관성이 없다 라고 판단하는 심각한 오류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사실 오류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일반인의 범주에서 벗어난, UI 설계자 혹은 디자이너가 한 기기의 인터페이스를 평가할때 직관성을 따지는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의 경험으로 판단하게 되고 그를 설명하기 위한 전문성이 따른다. 직관이라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경험에 의거하여" 모두 가지고 있는 반면 전문성은 실제로도 존재한다. (예를 들면, 디자인 세미나같은 곳에 갔을때, 프리젠테이션하는 자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디자이너들의 용어들을 쓰면서 수많은 일반인이 알아듣기를 요구한다. 이것은 직관성을 떠나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고, 실제로 작성한 발표자 역시도 '이렇게 하면 직관적일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전문성을 녹여놓게 된다)

인터페이스 디자이너는 기기를 디자인 하거나 GUI 를 디자인할때 많은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Interface model 을 마련해야만 한다. 그래서 Icon 의 Metaphor 를 고민하고, 타이포그래피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경험하는 많은 요소들 (문화, 습관, 가치, 일상...) 을 자신이 디자인하는 인터페이스에 녹여서 소비자들이 그것을 경험에 의거하여 별도의 학습이 없이도 바로 자신의 수족처럼 부릴 수 있어야만 좋은 직관성을 가진 인터페이스라고 볼 수 있다.

회사에서도 인터페이스에 대한 제안작업을 진행할 때에 이런 경우를 흔히 겪게 된다. A 라는 인터페이스 안 혹은 제품의 인터페이스보다 더 좋게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 실제로 더 나은 사용성과 직관성, 탐색구조를 가진 인터페이스를 제안하면 "이렇게 말고요, 더 직관적으로 해주세요." 라고 요청을 받는다. 이에 따라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클라이언트의 실제 요청은 "우리 제품이 B 사보다 더 좋으니까 B 사보다 좋게 해주세요.", "기존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고 제가 써왔던 기기들보다만 더 직관적으로 해주세요" 라는 것이 파악된다. 여기서 클라이언트의 직관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봤을때 기존보다 조금 더 습관성이 녹아있는 것" 이라는 것이다.

요즈음은 웹 에이전시들에서도 UI 디자이너, UI 개발자등의 용어들을 막 쓰고 있는 경향이 있는데, 조금은 우려스럽다. 직관과 습관, 경험들을 구분하여 고려하지 않고 기존의 사이트나 인터페이스보다 Visual 로만 획기적으로 바뀐 사이트나 인터페이스를 만들어 놓고도 "이것은 사용자들이 더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라는 말로 그들의 작업들을 칭송하곤 한다. 직관과 습관은 굉장히 사소한 차이인데도, 기존 사용자들의 직관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직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안타깝다. 더 나은 직관성을 가진 인터페이스는 사용자들의 습관과 경험을 철저히 고려한 것임을 모르는 것이 아닐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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