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의 깨달음
Posted 2007/12/20 14:54, Category under: 사는 이야기/일상 이야기지금으로부터 16년전, 국민학교 6학년때의 일이다. 당시에 전교회장 선거가 있었다. 국민학교때지만 줄곧 Top 을 놓치지 않았던 나는 전교회장 선거에 나가리라 마음먹었다. 애들에게 인기를 조금 더 끌어보겠다는 생각이었는지, 커리어에 한줄 더 그어보겠다는-_- 심산이었는지 넉넉치 않은 집안형편이었지만 부모님을 졸라 전교 회장을 하겠다고 했다.
전교 회장 선거에 나온 인원은 각 반별로 2~3명씩, 총 20여명이었고, 그중에 상당수는 학교 육성회에 많은 금액을 기부하는 소위 있는 집의 자식들이었다. 실제로, 그 아이들의 집들은 당시에 꽤나 고급빌라 혹은 넓은 평수의 아파트였고 선거운동을 위해 날이면 날마다 아이들을 초대해서 과자파티들을 벌이곤 했다. 난 집이 잘살지 못해서, 아니 못살아서 그런 이벤트도 아이들에게 해주지도 못하고 아는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나 좀 찍어줘." 라고 부탁해야만 했었다. 하지만 부모님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집이 잘살지 못한다는 것은 나 역시 잘 알고 있었고, 그런 부탁들을 할만큼 어리지도 않았다. (물론, 그 성격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 같기는 하다)
그렇게 전교 회장 선거가 시작되었고, 20여명이 각자의 공약을 말하고 선거에 들어갔다. 전교 회장 1명과 전교 부회장 2명을 뽑는 선거. 6개 학년, 학년별 12개 학급, 학급당 60여명씩, 전체 4000여명을 대표하는 전교 회장, 부회장 선거. 거기서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고, 아이들에게 과자를 사줄수도 없었던 나는 3위로 전교 부회장이 되었다. 더 웃긴것은, 전교 회장과 부회장 2명이 모두 6학년 2반, 한반에서 나왔었다.
돈도 없고, 빽도 없었던 어린 나는 3위에 머물러야만 했다. 친구들에게 일일이 찾아다니며 "나 좀 찍어줘, 잘 할께" 라고 했던 어린 마음은 1, 2위와 많은 표차이가 나는 3위에 머물러야 했다. 그때 처음으로 "돈" 의 위력과 "빽" 의 위력을 실감했다. 어렸던 나도 그렇게 "돈"과 "빽" 을 가진 사람이 되리라 어린 입술을 모질게 꽉 다물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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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끝났다. 최악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전과 14범에, BBK 와 AIG, 도곡동 땅이라는 온갖 의혹들과 비리들을 달고 있는 상태에서 이명박은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 되었다. 이명박 지지자들은 아주 당연스럽게도 이런 의혹들을 부인하겠지만,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온갖 비리를 저질러도 떳떳하다고 하는 철면피 한나라당의 빽을 등에 업고, 몇백억대의 재산과 성공한 경제인이라는 말도 안되는 타이틀만으로 그는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심장이 덜커덕 내려앉았다. 앞이 캄캄했다.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당선유력이 된 것이 아니라서 그런것은 아니었다. 이명박이라는 사람과 한나라당은 정말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제대로 말아먹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서였다. 돈이 없고, 집도 없는 나같은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라고 생각했고, 와이프 뱃속에 있는 내 아이가 5년후 보게 될 미래가 어떨지 감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더이상,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정의와 진실은 없어질 것 같아서 두려웠다. 손이 떨렸다.
연 5000만원을 벌다가 연 4500만원을 벌게 되면 "경제가 죽었다" 라고 말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고, 그렇게 말하는 국민이 대한민국 국민이다. 주식으로 몇배를 벌어도, 양도세와 소득세가 오른것 만으로 "세금으로 사람 죽인다" 라고 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리고 자신의 집값이 오른다면, 대운하로 나라를 몇조각으로 쪼개건 말건 수천억대 주식사기를 쳤던 양반이든 뽑아주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그들은 대한민국 이라는 더 큰 가치보다는 내 집값과 내 세금과 내 땅값이라는 가치에 투자를 한 셈이니까. 그런 가치들을 이뤄줄 수 있는 사람이 이명박이라는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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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마음먹었었던 "돈" 과 "빽" 을 가진 사람이 지금 되지는 못했다. 큰 돈도 벌지 못하고, 내 소유의 꾸질꾸질한 단칸방 하나도 없는, 이른바 "중산층" 보다 훨씬 하층민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명박이라는 "돈" 과 "빽" 앞에서 그런 하층민과 중산층들은 굽실거렸다. 대한민국은 굽실거렸다.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난 뒤에 "노무현이 그립다" "이명박은 쳐 죽일놈이다" 라고 말하는 일이 없기를, 그 굽실거리는 국민의 위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길 바랄뿐이다. 그게 나같은 빈민층이 바라는 전부다.
16년전 깨달았던 "돈" 과 "빽"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위대한 것임을 2007년 12월 19일에 다시금 깨달았다. 씨팔.
전교 회장 선거에 나온 인원은 각 반별로 2~3명씩, 총 20여명이었고, 그중에 상당수는 학교 육성회에 많은 금액을 기부하는 소위 있는 집의 자식들이었다. 실제로, 그 아이들의 집들은 당시에 꽤나 고급빌라 혹은 넓은 평수의 아파트였고 선거운동을 위해 날이면 날마다 아이들을 초대해서 과자파티들을 벌이곤 했다. 난 집이 잘살지 못해서, 아니 못살아서 그런 이벤트도 아이들에게 해주지도 못하고 아는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나 좀 찍어줘." 라고 부탁해야만 했었다. 하지만 부모님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집이 잘살지 못한다는 것은 나 역시 잘 알고 있었고, 그런 부탁들을 할만큼 어리지도 않았다. (물론, 그 성격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 같기는 하다)
그렇게 전교 회장 선거가 시작되었고, 20여명이 각자의 공약을 말하고 선거에 들어갔다. 전교 회장 1명과 전교 부회장 2명을 뽑는 선거. 6개 학년, 학년별 12개 학급, 학급당 60여명씩, 전체 4000여명을 대표하는 전교 회장, 부회장 선거. 거기서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고, 아이들에게 과자를 사줄수도 없었던 나는 3위로 전교 부회장이 되었다. 더 웃긴것은, 전교 회장과 부회장 2명이 모두 6학년 2반, 한반에서 나왔었다.
돈도 없고, 빽도 없었던 어린 나는 3위에 머물러야만 했다. 친구들에게 일일이 찾아다니며 "나 좀 찍어줘, 잘 할께" 라고 했던 어린 마음은 1, 2위와 많은 표차이가 나는 3위에 머물러야 했다. 그때 처음으로 "돈" 의 위력과 "빽" 의 위력을 실감했다. 어렸던 나도 그렇게 "돈"과 "빽" 을 가진 사람이 되리라 어린 입술을 모질게 꽉 다물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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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끝났다. 최악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전과 14범에, BBK 와 AIG, 도곡동 땅이라는 온갖 의혹들과 비리들을 달고 있는 상태에서 이명박은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 되었다. 이명박 지지자들은 아주 당연스럽게도 이런 의혹들을 부인하겠지만,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온갖 비리를 저질러도 떳떳하다고 하는 철면피 한나라당의 빽을 등에 업고, 몇백억대의 재산과 성공한 경제인이라는 말도 안되는 타이틀만으로 그는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심장이 덜커덕 내려앉았다. 앞이 캄캄했다.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당선유력이 된 것이 아니라서 그런것은 아니었다. 이명박이라는 사람과 한나라당은 정말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제대로 말아먹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서였다. 돈이 없고, 집도 없는 나같은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라고 생각했고, 와이프 뱃속에 있는 내 아이가 5년후 보게 될 미래가 어떨지 감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더이상,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정의와 진실은 없어질 것 같아서 두려웠다. 손이 떨렸다.
연 5000만원을 벌다가 연 4500만원을 벌게 되면 "경제가 죽었다" 라고 말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고, 그렇게 말하는 국민이 대한민국 국민이다. 주식으로 몇배를 벌어도, 양도세와 소득세가 오른것 만으로 "세금으로 사람 죽인다" 라고 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리고 자신의 집값이 오른다면, 대운하로 나라를 몇조각으로 쪼개건 말건 수천억대 주식사기를 쳤던 양반이든 뽑아주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그들은 대한민국 이라는 더 큰 가치보다는 내 집값과 내 세금과 내 땅값이라는 가치에 투자를 한 셈이니까. 그런 가치들을 이뤄줄 수 있는 사람이 이명박이라는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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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마음먹었었던 "돈" 과 "빽" 을 가진 사람이 지금 되지는 못했다. 큰 돈도 벌지 못하고, 내 소유의 꾸질꾸질한 단칸방 하나도 없는, 이른바 "중산층" 보다 훨씬 하층민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명박이라는 "돈" 과 "빽" 앞에서 그런 하층민과 중산층들은 굽실거렸다. 대한민국은 굽실거렸다.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난 뒤에 "노무현이 그립다" "이명박은 쳐 죽일놈이다" 라고 말하는 일이 없기를, 그 굽실거리는 국민의 위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길 바랄뿐이다. 그게 나같은 빈민층이 바라는 전부다.
16년전 깨달았던 "돈" 과 "빽"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위대한 것임을 2007년 12월 19일에 다시금 깨달았다. 씨팔.



